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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라고 나는 말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봐야 저녁 덧글 0 | 조회 49 | 2020-09-11 08:56:31
서동연  
알았어, 라고 나는 말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봐야 저녁 식사다. 고작해야 빨래다. 사소한 일이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사류우우웃 푸쿠루우우우츠, 하고.텔레비전은 신품이다. 비록 상자에 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신품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취급 설명서와 보증서가 들어 있는 비닐 봉지가, 텔레비전 앞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코드는 막 잡은 물고기처럼 반짝반짝 빛났다.유니크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일단 앞뒤는 맞잖나내가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온통 캄캄했다. 밖에는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 창으로, 낮게 드리워진 어두운 구름이 보였다. 방안에서 비 냄새가 났다. 날이 저무는 시각이었다. 아내는 아직 돌아와 있지 않다. 나는 넥타이를 풀고, 주름을 펴서 넥타이 걸이에 걸었다. 브러시로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와이셔츠는 빨래 통에 던져 넣어 두었다. 머리카락에 담배냄새가 배어 있어, 샤워를 하며 머리를 감았다. 늘 하는 일이다. 장시간 회의를 하다 보면 담배 냄새가 배고 만다. 아내는 그 냄새를 굉장히 싫어한다. 우리가 결혼을 하자, 그녀는 제일 먼저 담배를 끊으라고 주장하였다. 4년전 일이다. 나는 목욕탕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타올로 머리칼을 닦으며 캔 맥주를 마셨다. TV피플이 날라다 둔 텔레비전은, 아직 사이드 보드 위에 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켜 보았다. 그런데 몇 번이나 power 보튼을 눌러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화면은 거무티티한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원 코드를 확인해 보았다. 플러그는 분명히 콘센트에 껴져 있었다. 나는 플러그를 인단 뺐다가 다시 콘센트에 꼭 꼽아 보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모콘 스위치를 제 아무리 열심히 눌러도 화면은 하얘지지 않았다. 만에 하나 건전지가 다 달았다면 하고, 나는 리모콘의 뒷뚜껑을 열러 건전지를 꺼내서는, 간이 테스터로 체크해 보았다. 건전지는 신품이었다. 나는 단념하고
텔레비전밖에 있는 나TV 피플은 아까부터 털끝 하나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오른 쪽 팔굽을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고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보여지고 있었다. 텔레비전 속의 TV 피플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시계 소리가 들렸다. 타르프쿠 샤우스, 타르프 쿠 샤우스. 방은 어둡고, 답답했다. 누군가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복도를 걷고 있다 카지노추천 .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고 나는 갑작스레 생각했다. 아내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는 아주 먼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모든 교통 기관을 이용하여, 내 손길이 닿지 않는 장소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과연 우리 사이는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상실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만 몰랐던 것이다. 내 안에서 수많은 상념이 풀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뭉쳐졌다. 그렇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중얼거려 보았다. 나의 목소리는 자신의 몸 속에서 아주 허망하게 울렸다. 내일 색을 칠하면, 더 잘 알 수 있게 될 거야라고 TV 피플이 말했다. 이제 색만 칠하면 번듯한 비행기가 된다고자네 경우는 그렇지 않았단 말이지?라고 나는 물어 보았다. 나는 간신히 극복했다고 생각해라고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나는 그녀와 헤어진 후, 도쿄에서 애인을 만들었지. 좋은 여자였어. 우리는 한 동안 동거를 하기도 했어.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와의 관계에는 후지사와 요시코와 사귀었을 때 같은 미묘한 마음의 떨림은 없었어. 하지만 나는 그 여자 역시 아주 좋아했다. 우리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상당히 정직하게 사귀었어.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어떤 아름다움과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가, 나는 그녀에게서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 그리고 나는 친구도 생겼어. 정치적인 관심도 갖게 되었고. 그렇다고 나라는 인간의 인간성이 싸그리 변한 것은 아니야. 나는 줄곧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이었고, 아마 지금도 그럴 거야. 나는 소설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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